-지금 어디야? 승윤은 희원에게 카톡을 보내고는 제 자취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서둘러 돌렸다. 무슨 일인지 몇 시간 전부터 희원과 연락이 되지 않다가 희원의 친구에게 건너건너 물어보니 그녀가 집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한달음에 희원의 집 앞으로 달려간 승윤은 뭔가 잘못 본 듯 제 눈을 연신 비벼댔다. 집에 있다는 희원은 그런 승윤을 보지 ...
벌써 산 자들의 세상에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을 참으로 알차게 보냈다. 그리고 여전히 승훈은 망자들을 인도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승윤은 어느 덧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이 되었다. 그 날의 사고는 벌써 잊은 지 오래였다. 친구의 주선으로 희원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 첫 만남부터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고 즐거웠...
그는 다시 다가올 내일을 위해 차분한 마음으로 망자들의 명부를 살폈다. 그러다 어떤 명부 앞에서 손이 멈칫했다. 있지 말아야 할 이름이 적혀있었다. 왜 하필.. 그 이름이 적혀있을까. 승훈은 지체하지 않고 염라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 명부는 겨우 정리된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제 온건가?" 염라의 집무실 앞에 다다르자 안에서 그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
꾸벅꾸벅. 정신 좀 차리나 싶으면 다시 고개가 위 아래로 까딱거린다. 맨 뒷자리에 앉았다고 안 보일리가 있나. 짝이 아무리 깨워보지만 조는 건 무한반복이다. "송민호" "..." "송민호" "..." "송민호.. 뒤로 나가" "..네? 저요?" "그래 너요. 뒤에 나가서 수업 들어. 자꾸 끄덕끄덕 거리지 말고. 왜 자꾸 끄덕끄덕 거리냐 정답도 없구만" 국어...
반가웠던 이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승훈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복귀할 일상을 준비했다. 그리웠던 승윤을 보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어쩌면 자신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승윤과 이제는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와 대화할 때마다 눈이 부시게 웃던 얼굴이 아른거리고 벌써 그리워졌다. "괜히 만났나.." 그는 조용히 읊조리고는 자...
"형! 오늘은 뭐해? 시간많으면 나랑 놀래?" 웬 병아리같은 게 자꾸 따라다녔다.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걔는 늘 나한테 다정했고 친절했다. 아, 나 한정 다정은 아니고 모두에게 다정. 범위가 넓다. 다만 내 착각인지 몰라도 나한테 좀 더 다정한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벌써 걔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만남이 그토록 갈망하던 회사 사무실에서 였다. 탕비실로 무작정 데려오곤 문을 닫았다. 예상치 못했던 사람과의 만남에 그는 매우 당황해있었다. 그와 반대로 승윤은 무척 평온해보였다. 머릿속에선 묻고 싶은 말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가 겨우 꺼낸 말은 이거였다. "뭐냐? 니가 왜 여깄어?" "그래서.. 싫어?" 태연하게 되묻는 승윤을 바라보는 눈...
너무 두려웠다. 너의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 그래서 머뭇거렸다. 혹여나 너의 세상에 들어가버린 나를 너가 피하지는 않을지. 그런데 너는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새 다른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버렸다. 내가 낄 틈이 없는 세상을. 비로소 깨달았다. 난 너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걸. 내가 시간을 오래 끌었기에. 그 때문에 너가 지쳐 떠나갔으...
어째서 너는 내게 그 한마디 못하고 떠나버린걸까. 뭐가 그리도 겁나고 두려웠던걸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너를 어디서 어떻게 찾으라고 그렇게 떠났니. 너의 편지에 주인이 나라고 조금만, 조금만 일찍 알려주지 그랬어. 아니다. 너가 그 편지의 내용을 내게 보여줬을 때 내가 알아야 했는데. 그랬다면 우리의 결말은 달라졌을텐데. 아직도 널 찾고 있어. 내 마음...
삑- 삑- 삑삑- 띠리링 "나 왔어" "승윤?" 똑똑. "샤워하고 있어?" "어 잠깐만 기다려." 승윤은 민호에게 집으로 오라고 하고 민호가 오기 전 샤워를 끝마치려 했는데 집 앞에서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건지 샤워하러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민호가 와버렸다. 할 거 없이 심심한 민호는 승윤 침대에 누워 폰겜에 집중했다. 승윤이 화장실 문 여는 소리도 ...
come across; 교차하다. ㅡ[쏭] ㅡ[나 1시간 기다렸다 알지? 10분 내로 안나오면 약속이고 뭐고 간다?] ㅡ[빨리 나와] [곧 나감 ㄱㄷ] 약속시간은 12시. 하지만 준비가 오래 걸리는 민호 덕분에 승윤이 1시간동안 민호 집 밖에서 기다렸다.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걸리면서 좀 일찍 일어나면 어디가 덧나나. 꼭 약속시간을 늦는 민호 때문에 승윤은 ...
*** 이거는 시점 변화입니다 !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현재로 나뉩니다. 벚꽃이 필 때 쯤에 햇살처럼 눈이 부시던 너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너만 빼고 모두 흑백으로 보였다. 벚꽃과 비슷한 머리 색을 했던 너는 더욱 빛났다. 너와 함께한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들이다. 내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중요한 사람이야. 날 변화시킨 사람도 내가 제일 ...
W. 그 안에 훈솜강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